올림푸스 등 일본 기업이 내시경 시장 95% 장악
전기연구원 출신 공학도가 만든 메디인테크, 내시경 국산화 코 앞
전동화·AI로 의사 부담 덜고, 병변 탐지도 도와
이치원(왼쪽) 메디인테크 대표와 김명준 부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의 메디인테크 사무실에서 직접 개발한 연성 내시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흥구 객원기자
국산 의료기기가 개발에 성공해 시장에 출시되는 비율은 15%, 성공하는 비율은 1%가 채 안된다. 하지만 세계 시장의 높은 벽에 도전하는 의료기기 벤처와 스타트업들이 있다. 정부도 세계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국산 의료기기가 사장되는 현실을 바꾸고자 의기투합해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단을 만들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10대 과제로 선정된, 미래 국가대표가 될 의료기기 강소 기업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소개한다.
지난 2020년 7월 21일 국회에서 ‘의료기기 국산화 개발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다양한 의료기기 중에서도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내시경’이었다. 토론회를 준비한 조주영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은 “연성 내시경 시장의 일본 기업 점유율이 90%나 된다”며 “내시경은 4차 산업혁명이 집약된 분야로 한국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내시경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의료기기다. 내시경 검진 횟수는 국내에서만 연간 2000만건에 달한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의료기기인 내시경을 거의 일본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시경 국산화에 도전하는 국내 기업이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출신의 공학도인 이치원 대표와 김명준 부대표가 만든 ‘메디인테크’가 그 주인공이다. 2020년 설립된 메디인테크는 순수 국내 기술로 연성 내시경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위와 대장 같은 소화기를 볼 수 있는 연성 내시경은 일본의 올림푸스, 후지필름, 펜탁스 세 회사가 95%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내시경은 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몸 안을 촬영하는 장비다. 카메라를 만들던 일본 기업들이 50여년 전에 내시경 시장에 진출하며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고, 지금은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올림푸스의 시장 점유율이 70%를 웃돌 정도로 압도적인 강자다.
메디인테크는 어떻게 내시경 시장의 절대 강자인 올림푸스에 도전장을 던질 수 있었을까. 메디인테크의 창업자인 이치원 대표와 김명준 부대표는 모두 한국전기연구원 출신이다. 전기연구원은 2015년부터 연성 내시경 기술 개발을 위한 광원 장치와 영상처리장치를 개발해 왔다. 이 대표와 김 부대표가 전기연구원에 합류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그래픽=정서희
내시경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실제 사람의 몸 안에 들어가는 스코프(scope)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느냐다. 이 대표와 김 부대표는 서울대 대학원 시절부터 함께 의료기기를 연구하면서 내시경 스코프를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을 확보했고, 이 기술을 전기연구원의 기술과 더하면서 메디인테크만의 연성 내시경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내시경은 광원 장치와 영상처리장치, 스코프 기술을 하나로 합쳐야 하기 때문에 한두 가지 핵심 기술을 가진 것만으로는 구현할 수가 없다”며 “우리는 내시경에 필요한 세 가지 핵심 기술을 하나로 합칠 수 있는 기술적인 토대가 있었기에 연성 내시경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메디인테크의 기술은 바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21년 서울대병원 등과 함께 95억원 규모의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에 선정됐고, 2022년에는 8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미 제품 개발은 어느정도 끝난 상태다. 메디인테크가 만든 연성 내시경은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이 대표는 “2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 제품 출시는 지금도 가능하지만, 의사들의 사용 편의성을 반영한 2차 제품을 다시 만들었다”며 “2차 제품은 올해 말에 식약처 허가를 받고 실질적인 제품 판매는 내년에 진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서울대병원과 대규모 임상에도 돌입한다.
메디인테크는 국내 시장만 보고 있지 않다. 일본산 내시경보다 성능을 개선한 내시경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노린다는 계획이다. 기존 내시경 제품은 기계식이어서 의사가 800g 정도에 달하는 조작부를 직접 들고 엄지손가락을 내시경을 조절해야 했다. 메디인테크는 내시경의 조작부와 노브 등을 전동화하는 데 성공했다. 연성 내시경을 전동화한 건 메디인테크가 처음이다. 김 부대표는 “전동화가 되면서 내시경의 무게가 절반 정도로 줄었고, 의사가 직접 손으로 들고 모든 조작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메디인테크는 내시경에 인공지능(AI) 기술도 접목했다. AI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내시경 시스템은 장기 내부의 화면을 자동으로 보정해 의사가 병변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여기서 더 나아가 AI가 직접 병변을 발견해 의사에게 알려주는 기능까지 갖췄다. 이 대표는 “메디인테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장기 전체를 3차원 구조화해서 내시경을 하지 않고 지나간 블라인드 스팟이 어디인지도 알려주는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시경에 AI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것도 일본 기업이 사용하는 기계식 내시경이 아닌 전동화를 한 덕분이다.
[메드테크, 우리가 국대다] ①일본 장악한 내시경 시장…‘전동화·AI’로 도전장
조선비즈
재생186
한국 뿐만 아니라 내시경 시장은 매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츠앤마켓츠는 글로벌 내시경 장비 시장 규모를 2021년 273억4230만달러(약 36조644억원)에서 2026년 392억7600만달러(약 51조805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 평균 성장률이 7.5%에 달한다. 건강검진 등을 통해 흔히 접하는 소화기 내시경 외에 복강경, 산부인과 내시경, 관절경, 비뇨기과 내시경 등 분야도 다양하다.
메디인테크도 국내 소화기 내시경 시장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과 다양한 의료기기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미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고, 소화기 내시경을 시작으로 연성 수술 로봇을 비롯한 다양한 의료기기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의 핵심 기술인 전동화와 AI를 접목하면 궁극적으로 원격 진료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의료기기도 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치원 메디인테크 대표 “AI로 오진율 확 낮춰…전기차급 기술 혁신”
“한국 의사들의 실력은 이미 세계에서 최고입니다. 그런데 한국산 의료기기는 의사들의 실력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치료와 진단을 제공하려면 한국 의료진의 요구를 의료기기 회사가 맞춰야 하는데, 외국산 의료기기 회사는 소통이 어렵고 한국 시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주지도 않습니다.”
지난 9월 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치원 메디인테크 대표는 자신이 직접 개발안 연성 내시경을 들어보이며 의료기기 국산화가 시급한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로에 자리잡은 메디인테크 사무실 바로 앞에는 서울대병원이 있었다. 메디인테크가 개발한 연성 내시경은 내년부터 서울대병원에서 대규모 임상을 통해 성능을 검증할 예정이다.
이치원 메디인테크 대표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의료기기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러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필수적인 내시경은 일본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95%로 국산화가 시급한 장비 중 하나다./김흥구 객원기자
연성 내시경은 올림푸스 같은 일본 기업이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내시경 검진이나 치료를 많이 하지만 정작 내시경 장비는 일본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메디인테크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연성 내시경으로 일본산 제품이 장악한 내시경 시장의 판도를 흔들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일본 기업들이 만드는 기계식 내시경은 무게가 무겁고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게 어려운데, 우리가 만든 내시경은 처음부터 전동화에 성공해 AI를 이용한 자동 판독 등 다양한 기능을 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디인테크가 만든 AI 소프트웨어는 위장 내벽의 병변을 자동으로 찾아서 의사에게 알려주고, 의사가 아직 확인하지 않은 장기 내부 부위까지 알려주는 기능을 갖췄다. 이 대표는 “내시경의 오진율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기술”이라며 자동차로 비유하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것과 같은 기술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메디인테크의 내시경은 시장에 출시되기 전부터 의료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벌써부터 현장의 의료진이나 병원에서 언제쯤 제품을 출시하는지 묻는 연락이 자주 온다”며 “일본산 내시경은 고장이 나도 수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한국 의료진이 제기하는 불편을 제품 개발에 제대로 반영해 주지 않기 때문에 한국산 내시경에 대한 현장의 기대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푸스 같은 일본 의료기기 회사들은 내시경 시장에서 50년에 걸친 업력을 쌓았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한국 스타트업이 상대하기에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한국 의료진의 역량에 부응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는 “의료기기 산업이 성장한다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의료진의 역량과 더불어 한국이 진정한 의료 선진국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메디인테크 연구소 전경. 내년부터 서울대병원과 대규모 임상에 나서는 메디인테크는 올해 사옥을 서울대병원 인근으로 옮겼다./김흥구 객원기자
이종현 기자 iu@chosunbiz.com
조선비즈 :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medicine-health/2023/09/18/KDHBCGBK6JBZLAFRX2XSHNCPJI/?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올림푸스 등 일본 기업이 내시경 시장 95% 장악
전기연구원 출신 공학도가 만든 메디인테크, 내시경 국산화 코 앞
전동화·AI로 의사 부담 덜고, 병변 탐지도 도와
이치원(왼쪽) 메디인테크 대표와 김명준 부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의 메디인테크 사무실에서 직접 개발한 연성 내시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흥구 객원기자
국산 의료기기가 개발에 성공해 시장에 출시되는 비율은 15%, 성공하는 비율은 1%가 채 안된다. 하지만 세계 시장의 높은 벽에 도전하는 의료기기 벤처와 스타트업들이 있다. 정부도 세계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국산 의료기기가 사장되는 현실을 바꾸고자 의기투합해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단을 만들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10대 과제로 선정된, 미래 국가대표가 될 의료기기 강소 기업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소개한다.
지난 2020년 7월 21일 국회에서 ‘의료기기 국산화 개발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다양한 의료기기 중에서도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내시경’이었다. 토론회를 준비한 조주영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은 “연성 내시경 시장의 일본 기업 점유율이 90%나 된다”며 “내시경은 4차 산업혁명이 집약된 분야로 한국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내시경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의료기기다. 내시경 검진 횟수는 국내에서만 연간 2000만건에 달한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의료기기인 내시경을 거의 일본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시경 국산화에 도전하는 국내 기업이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출신의 공학도인 이치원 대표와 김명준 부대표가 만든 ‘메디인테크’가 그 주인공이다. 2020년 설립된 메디인테크는 순수 국내 기술로 연성 내시경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위와 대장 같은 소화기를 볼 수 있는 연성 내시경은 일본의 올림푸스, 후지필름, 펜탁스 세 회사가 95%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내시경은 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몸 안을 촬영하는 장비다. 카메라를 만들던 일본 기업들이 50여년 전에 내시경 시장에 진출하며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고, 지금은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올림푸스의 시장 점유율이 70%를 웃돌 정도로 압도적인 강자다.
메디인테크는 어떻게 내시경 시장의 절대 강자인 올림푸스에 도전장을 던질 수 있었을까. 메디인테크의 창업자인 이치원 대표와 김명준 부대표는 모두 한국전기연구원 출신이다. 전기연구원은 2015년부터 연성 내시경 기술 개발을 위한 광원 장치와 영상처리장치를 개발해 왔다. 이 대표와 김 부대표가 전기연구원에 합류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그래픽=정서희
내시경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실제 사람의 몸 안에 들어가는 스코프(scope)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느냐다. 이 대표와 김 부대표는 서울대 대학원 시절부터 함께 의료기기를 연구하면서 내시경 스코프를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을 확보했고, 이 기술을 전기연구원의 기술과 더하면서 메디인테크만의 연성 내시경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내시경은 광원 장치와 영상처리장치, 스코프 기술을 하나로 합쳐야 하기 때문에 한두 가지 핵심 기술을 가진 것만으로는 구현할 수가 없다”며 “우리는 내시경에 필요한 세 가지 핵심 기술을 하나로 합칠 수 있는 기술적인 토대가 있었기에 연성 내시경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메디인테크의 기술은 바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21년 서울대병원 등과 함께 95억원 규모의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에 선정됐고, 2022년에는 8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미 제품 개발은 어느정도 끝난 상태다. 메디인테크가 만든 연성 내시경은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이 대표는 “2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 제품 출시는 지금도 가능하지만, 의사들의 사용 편의성을 반영한 2차 제품을 다시 만들었다”며 “2차 제품은 올해 말에 식약처 허가를 받고 실질적인 제품 판매는 내년에 진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서울대병원과 대규모 임상에도 돌입한다.
메디인테크는 국내 시장만 보고 있지 않다. 일본산 내시경보다 성능을 개선한 내시경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노린다는 계획이다. 기존 내시경 제품은 기계식이어서 의사가 800g 정도에 달하는 조작부를 직접 들고 엄지손가락을 내시경을 조절해야 했다. 메디인테크는 내시경의 조작부와 노브 등을 전동화하는 데 성공했다. 연성 내시경을 전동화한 건 메디인테크가 처음이다. 김 부대표는 “전동화가 되면서 내시경의 무게가 절반 정도로 줄었고, 의사가 직접 손으로 들고 모든 조작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메디인테크는 내시경에 인공지능(AI) 기술도 접목했다. AI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내시경 시스템은 장기 내부의 화면을 자동으로 보정해 의사가 병변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여기서 더 나아가 AI가 직접 병변을 발견해 의사에게 알려주는 기능까지 갖췄다. 이 대표는 “메디인테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장기 전체를 3차원 구조화해서 내시경을 하지 않고 지나간 블라인드 스팟이 어디인지도 알려주는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시경에 AI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것도 일본 기업이 사용하는 기계식 내시경이 아닌 전동화를 한 덕분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내시경 시장은 매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츠앤마켓츠는 글로벌 내시경 장비 시장 규모를 2021년 273억4230만달러(약 36조644억원)에서 2026년 392억7600만달러(약 51조805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 평균 성장률이 7.5%에 달한다. 건강검진 등을 통해 흔히 접하는 소화기 내시경 외에 복강경, 산부인과 내시경, 관절경, 비뇨기과 내시경 등 분야도 다양하다.
메디인테크도 국내 소화기 내시경 시장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과 다양한 의료기기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미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고, 소화기 내시경을 시작으로 연성 수술 로봇을 비롯한 다양한 의료기기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의 핵심 기술인 전동화와 AI를 접목하면 궁극적으로 원격 진료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의료기기도 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의사들의 실력은 이미 세계에서 최고입니다. 그런데 한국산 의료기기는 의사들의 실력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치료와 진단을 제공하려면 한국 의료진의 요구를 의료기기 회사가 맞춰야 하는데, 외국산 의료기기 회사는 소통이 어렵고 한국 시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주지도 않습니다.”
지난 9월 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치원 메디인테크 대표는 자신이 직접 개발안 연성 내시경을 들어보이며 의료기기 국산화가 시급한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로에 자리잡은 메디인테크 사무실 바로 앞에는 서울대병원이 있었다. 메디인테크가 개발한 연성 내시경은 내년부터 서울대병원에서 대규모 임상을 통해 성능을 검증할 예정이다.
이치원 메디인테크 대표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의료기기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러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필수적인 내시경은 일본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95%로 국산화가 시급한 장비 중 하나다./김흥구 객원기자
연성 내시경은 올림푸스 같은 일본 기업이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내시경 검진이나 치료를 많이 하지만 정작 내시경 장비는 일본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메디인테크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연성 내시경으로 일본산 제품이 장악한 내시경 시장의 판도를 흔들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일본 기업들이 만드는 기계식 내시경은 무게가 무겁고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게 어려운데, 우리가 만든 내시경은 처음부터 전동화에 성공해 AI를 이용한 자동 판독 등 다양한 기능을 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디인테크가 만든 AI 소프트웨어는 위장 내벽의 병변을 자동으로 찾아서 의사에게 알려주고, 의사가 아직 확인하지 않은 장기 내부 부위까지 알려주는 기능을 갖췄다. 이 대표는 “내시경의 오진율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기술”이라며 자동차로 비유하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것과 같은 기술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메디인테크의 내시경은 시장에 출시되기 전부터 의료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벌써부터 현장의 의료진이나 병원에서 언제쯤 제품을 출시하는지 묻는 연락이 자주 온다”며 “일본산 내시경은 고장이 나도 수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한국 의료진이 제기하는 불편을 제품 개발에 제대로 반영해 주지 않기 때문에 한국산 내시경에 대한 현장의 기대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푸스 같은 일본 의료기기 회사들은 내시경 시장에서 50년에 걸친 업력을 쌓았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한국 스타트업이 상대하기에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한국 의료진의 역량에 부응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는 “의료기기 산업이 성장한다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의료진의 역량과 더불어 한국이 진정한 의료 선진국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메디인테크 연구소 전경. 내년부터 서울대병원과 대규모 임상에 나서는 메디인테크는 올해 사옥을 서울대병원 인근으로 옮겼다./김흥구 객원기자
이종현 기자 iu@chosunbiz.com
조선비즈 :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medicine-health/2023/09/18/KDHBCGBK6JBZLAFRX2XSHNCPJI/?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